새해의 첫 날, Hannah Villager의 사진을 보았다.
폐쇄된 파리의 방 안에서 病으로 쇠잔해져가는 자신의 몸을 도구삼아
사진을 찍던 그녀는,
제한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그 안에서 완벽한 자유를 추구했다.
私的 영역은 과연 매직과 같은 현실의 조각이다. 그녀의 사진은
내 눈에 그리 익지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올해는 새로운 해의 첫 날이 아닌가.
이 밤, 뉴욕에 가늘게 비가 뿌렸다.
유니언스퀘어의 책방을 들러 몰스킨 한 권 집어들고,
23가로 걸어 올라갔다. 새해라며
붉게 파랗게 반짝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한 컷 찍는다.
겨울철 뉴욕도심을 다니는 것은 세상에서 유일한 느낌을 가져다 준다.
어두운 Flatiron빌딩 뒤로 하늘이 빛났다.
다시 한 컷 눌렀다.
버스를 올라타 퀸 Queen 의 노래를 들었다.
Friends will be friends 라는 노래다.
머큐리와 디콘의 주고받는 목소리가 울렸는데 뉴욕과 닮았다.
아니 이런 밤이면 누구의 소리도 뉴욕과 닮을 수 밖에 없다.
어둡고 삭막하기 짝이 없는 도시에서의 우정은 과연 얼마나 소중한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우정이 그리워, 볼륨을 끝까지 올렸다.
Crosstown 으로 가로질러 비디오가게를 들린다.
오늘 빌리려는 영화는 Wim Wender의 Until the End of the world이다.
보지 못하는 어머니를 위해 특별히 고안된 사진기를 만들고,
그것으로 세상을 촬영하여 보여주지만,
어머니는 당신의 가장 흉칙한 상상보다도 세상이 더 어글리하다고 말한다.
그 순간,
'그녀가 나의 사진을 보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졌다.
2008년 나는 또 새로운 사진을 만들것이다.
그사진에는 세가지 생명이 있다고 한다.
촬영하는 이의 것과, 대상의 것, 그리고 사진 자체의 생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믿음이 가는 것은 스러져가는 날숨과 들숨이 아닌,
사진 자체의 생명력이다.
새로운 길이다. 그리고,
길을 가보지 않은 者는 자유롭다.
2008년 정초
박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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